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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격자" 줄거리 특징 후기 결론

by lagom1 2025.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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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추격자

 

「추격자 (The Chaser, 2008)」는 실제 2000년대 초반을 뒤흔든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한국 스릴러 영화의 신기준이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이자, 김윤석과 하정우의 강렬한 연기가 맞붙는 서사 속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장르 오락을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허점과 공권력의 무기력을 비판하며 폭력의 공포를 넘어선 감정적 분노를 자극한다. 이 영화는 '살인자와 추격자'라는 단순한 구도 속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처절하게 놓쳐버리는 진실을 담는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가장 늦게 구조를 요청해야만 했던 현실. 『추격자』는 범인을 쫓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스템이 구조하지 못하는 사회의 민낯이다.

줄거리

사라지는 여성들, 흔적 없는 살인범, 그리고 그를 쫓는 전직 형사
전직 형사 출신의 포주 정호(김윤석)는 자신이 관리하는 콜걸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처음엔 단순히 도망간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같은 남성 고객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호는 본능적으로 어딘가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감지한다. 그 남자는 지영민(하정우). 처음엔 평범한 남성 고객처럼 보이지만, 곧 드러나는 그의 집과 정체는 끔찍한 살인의 현장이자 조직적이진 않지만, 잔혹하게 반복되는 범죄의 소굴이다. 정호는 경찰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직 형사였던 본능과 경험으로 지영민을 추격하고, 운 좋게도 그를 자신의 손으로 먼저 붙잡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지영민은 체포되자마자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은 그 자백을 증거로 인정하지 못한다. 정호는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는 한 여성(김미진)을 찾기 위해 시간과 싸운다. 하지만 경찰은 관할 구역, 상부 보고, 절차 등 비현실적인 이유들로 구조에 미온적이다. 영화는 이미 잡힌 범인을 두고도 피해자를 구하지 못하는 사회, 제때 출동하지 못하고, 출동하고서도 아무것도 못 하는 공권력을 통해 시스템이 만든 살인의 현실을 고발한다. 그리고 마지막, 정호는 이미 죽어 있는 미진을 발견한다. 그때서야 경찰은 움직이고,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끝나 있다.

특징

1) 스릴러의 형식을 넘어선 현실 고발
『추격자』는 전통적인 스릴러의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범인을 쫓는 이야기는 맞지만, 범인은 초반 30분 만에 등장하고 체포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관객은 이제 피해자를 구할 수 있을까?를 따라가게 된다. 영화는 액션이 아닌, 무기력과 지연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결정적인 단서가 있음에도 무시되고, 사람들은 절차를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살아 있는 사람이 점점 죽어가는 과정을 냉정하고 잔인하게 지켜보게 만든다.

2) 김윤석과 하정우의 양극단 연기
김윤석은 기성의 법과 제도에선 밀려나 있지만, 본능적으로 정의를 쫓는 사내를 연기한다. 그는 도덕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피해자를 위한 마지막 희망이다. 하정우는 살인의 동기조차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일상적이고 무표정하며, 자신의 행위에 죄책감은커녕 지루함만 느끼는 듯한 공허함을 보여준다. 이 둘의 에너지 충돌은 감정과 무감정의 대결로, 마지막까지 관객을 쥐고 흔든다.

3) 추격 장면이 아닌, 기다림의 긴장
『추격자』의 진짜 긴장감은 지영민이 잡힌 이후에 발생한다. 범인이 도망치는 걸 쫓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피해자를 구하러 가는 시간을 누가 더 먼저 잡느냐의 싸움이다. 그 시간 안에 경찰은 움직이지 않는다. 정호는 허둥대고, 피해자의 어린 딸은 길 위에서 울고 있다. 이 모든 장면이 추격보다 더 참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후기

『추격자』는 단순히 ‘잘 만든 스릴러’라는 찬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사회의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을 버리고, 범죄를 방조하며, 피해를 키워나가는가를 정확히 보여준다. 영화를 본 관객 대부분이 극장을 나서며 찌질한 분노, 깊은 허탈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 감정이 단순한 영화적 감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너무도 자주 겪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정호에게 공감하고, 누군가는 미진에게 감정이입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누구에게도 완전한 영웅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후 하정우가 인터뷰에서 말했듯, ‘그는 이유 없이 죽였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이유가 없는데도 우리는 아무것도 못 했다’는 사실이다. 그 감정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 남는다. 현실과 스크린이 겹쳐진 채로.

결론

「추격자」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완성도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다. 자극적인 살인이나 잔인한 장면보다 더 깊은 공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 사람이 죽어가도 움직이지 않는 사회다. 이 영화는 그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범인을 잡는다’는 것의 정의를 되묻는다. 범인이 체포되는 것으로 정의가 완성되는가? 피해자는 누가 구하는가? 법은 언제 움직이는가? 『추격자』는 이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을 절대로 잊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살인자의 영화가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이야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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