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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인전" 줄거리 특징 후기 결론

by lagom1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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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악인전

 

「악인전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 2019)」은 ‘범죄자와 형사의 공조’라는 흔한 틀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한 한국형 범죄 액션 영화다. 이원태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 장르에 한국 누아르 특유의 감정선과 배우들의 물리적 존재감을 결합하여 기존의 형식과는 다른 ‘이종 협력’의 서사를 보여준다.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 각자의 영역에서 확고한 이미지를 가진 이들이 범죄자, 경찰, 연쇄살인마라는 세 축의 긴장 구도를 구성하며, 관객은 영화 내내 ‘누가 악이고 누가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악인전』은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다. 이 영화는 폭력과 정의, 복수와 윤리 사이의 불분명한 선 위를 걷는다.

줄거리

살인을 쫓는 두 남자, 공조의 시작
대한민국의 어두운 밤거리. 연쇄살인범 ‘K’(김성규)는 아무런 동기 없이, 무작위로 사람을 공격한다. 그의 수법은 신속하고, 잔혹하며, 흔적이 없다. 경찰은 그를 잡지 못하고 있고, 시민들의 불안은 커져간다. 한편, 조직폭력배 보스 장동수(마동석)는 자신의 조직을 이끄는 동시에 구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 역시 인간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 자는 아니다. 폭력과 욕망으로 세상을 조율하지만, 나름의 룰을 지키는 악당이다. 어느 날, 장동수는 연쇄살인범 K의 무차별 공격을 받는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살아남은 그는 자신이 피해자였음을 숨긴 채 스스로 K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알게 된 강력반 형사 정태석(김무열)은 K를 잡기 위해 장동수에게 공조 수사를 제안한다. 형사와 조폭이라는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K를 반드시 잡겠다’는 집념. 정태석은 정의를 위해, 장동수는 복수를 위해 — 그들은 각자의 이유로 악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협력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동맹이다. 그리고 그 긴장감 속에서 ‘진짜 악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커져간다.

특징

1) 선과 악, 그 모호한 경계선
『악인전』은 제목부터가 이 영화의 세계관을 암시한다. ‘악인이 주인공’이라는 발상은 기존의 형사물에서 흔치 않은 설정이며, 관객은 영화 시작부터 도덕적으로 혼란스러운 구도에 직면하게 된다. 장동수는 폭력배이며,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피해자이자 복수자로 그린다. 정태석은 형사이지만, 조직과의 거래를 서슴지 않고, 정의보다는 자신의 수사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듯 이 작품은 누가 진짜 악인지, 그리고 정의로운 쪽이 과연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관객은 단지 ‘범인을 잡는 이야기’를 넘어 윤리와 폭력, 정의의 정의를 묻게 된다.

2) 장르적 쾌감과 실화의 균형
이 영화는 실화 기반이다. 2005년 실제 청주에서 발생한 무차별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범인의 동기 없는 범죄를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 하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진지해지기보다는, 장르적 쾌감과 캐릭터의 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액션 시퀀스는 현실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속도감과 타격감이 살아 있고, 형사물의 퍼즐과 느와르의 분위기까지 장르적 요소들이 고르게 배치되어 있다. 특히, 중반부 이후 세 인물이 조우하는 장면들은 심리전과 물리적 충돌이 동시에 벌어지는 복합적 장면이다. 이로써 영화는 기존 한국 범죄물의 문법에서 한 단계 진화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3) 배우들의 존재감이 만든 영화
마동석은 이 영화에서 그 어떤 작품보다도 거칠고 원초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그의 액션은 단순히 ‘힘’이 아니라, 분노와 본능의 물리적 표출이다. 김무열은 냉정한 형사의 얼굴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연기한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점점 감정에 휘둘리는 내면을 드러낸다. 김성규는 이 영화의 ‘그림자’다. 그의 대사는 거의 없지만, 눈빛과 몸짓만으로 공포를 전달한다. K라는 인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 끝내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그는 영화 내내 불가해한 존재로 남는다.

후기

『악인전』은 단순한 ‘형사와 조폭의 버디 무비’가 아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믿고 있는 정의의 작동 방식이 현실에서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통의 영화라면, 형사는 영웅이고, 범죄자는 악당이며, 살인범은 쓰러뜨려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모든 인물이 결핍을 가진 인간이며, 각자의 이유로 악을 선택하거나, 혹은 방관한다. 이 영화의 묘미는 감정이 쌓이는 방식에 있다. 분노, 불안, 조급함, 증오 — 이 감정들이 충돌하면서 정상적인 협력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한 공조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어느새 장동수를 응원하고, 정태석의 한계를 지켜보며, K의 광기에서 세상의 불합리함을 보는 감정을 경험한다. 액션 장면도 뛰어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액션은 심리적 폭발과 권력의 교차에 있다. 그래서 『악인전』은 그 어떤 범죄 영화보다 더 인간적인, 더 위험한 작품이다.

결론

「악인전」은 현실 속 악과 정의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하는 영화다. 그 세계 안에서 우리는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를 끝내 구분하지 못한다. 장르적으로는 완성도가 높고,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며, 리듬감 있는 전개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몰입 뒤에 남는 것은 불편한 질문이다. 우리가 악이라고 믿는 존재는 정말 ‘악’일까? 정의의 이름으로 움직이는 자들은 과연 스스로에게 떳떳할까? 『악인전』은 그 질문을 세 사람의 고통, 분노, 침묵을 통해 던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액션의 쾌감보다 윤리의 불편함으로 오래 남는다. 폭력은 어떻게 시작되고, 정의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 『악인전』은 그 경계선 위에서 우리가 무심코 외면했던 진실을 주먹과 칼, 침묵과 시선으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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