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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줄거리 특징 후기 결론

by lagom1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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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밀양

 

「밀양 (Secret Sunshine, 2007)」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고 전도연,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 영화의 대표작이다. 『밀양』은 한 여인의 삶에 찾아온 극단적인 상실과 그 상실을 극복하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이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용서, 신, 인간성, 절망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은 도시 밀양에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장르적으로는 드라마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녹아 있다. 『밀양』은 극단적인 감정의 곡선을 따라가면서도 결코 감정을 소비하지 않는 영화다. 그것은 슬픔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되묻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줄거리

사랑하는 이를 잃고, 믿음으로 버티던 여자의 세계가 무너지다
신애(전도연)는 남편을 잃은 후 어린 아들 ‘준’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이사한다. 그녀는 새롭게 삶을 시작해보려 애쓴다. 피아노 학원을 열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을 남자 종찬(송강호)과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나 일상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아들이 유괴당하고, 끝내 살해된다. 신애는 모든 것을 잃는다. 자식, 삶의 목적, 존재의 의미. 극도의 절망 속에서 그녀는 한 교회를 찾아간다. 신에게 매달리는 것만이 그나마 살아남는 방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신애는 신을 믿기 시작한다.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마음을 추슬러 간다. 그리고 어느 날, 아들을 죽인 범인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말한다. “용서하러 왔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범인은 너무도 평온한 얼굴로 말한다. “저도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용서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신애의 세계는 다시 무너진다. 자신이 고통 속에서 겨우 용서하려 한 대상은 이미 신에게 용서받았고, 그 누구보다 평온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 충격 이후, 신애는 신을 저버리고, 모든 믿음을 잃는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 그녀는 여전히 밀양에 있고, 끝나지 않은 하루를 살아간다.

특징

1) 종교적 구조와 해체
『밀양』은 전형적인 ‘종교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종교의 구조를 빌려 그 구조 자체를 해체해간다. 신애는 신에게 매달리기 전에는 완전히 무너진 사람이다. 그리고 신을 만나고 나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구원의 서사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구원’이라는 개념을 가장 차가운 방식으로 뒤집는다. 용서를 하러 간 자리에서 용서의 주도권은 이미 신에게 있었다. 신애는 그 사실 앞에서 용서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뼈아픈 질문과 마주한다. 영화는 말한다. 진정한 용서는 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자가 스스로 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2) 감정의 절제를 통한 극단적 폭발
이창동 감독은 슬픔을 묘사하지 않는다. 슬픔을 체험하게 만든다. 전도연의 연기는 절제 속에서 감정을 들끓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소리 내어 울지 않아도, 한 번의 눈물, 한 번의 외침으로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낸다.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교도소 면회 장면에서의 충격은 극적인 편집이나 대사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침묵과 얼굴로 만들어진 파열이다. 이 영화는 감정을 자극하는 대신, 관객 스스로 감정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건 진짜 슬픔이기 때문이다.

3) 송강호라는 균형의 존재
신애의 곁에 늘 있는 남자 종찬은 사건의 중심엔 서지 않지만, 영화의 균형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그는 신애를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는다. 묵묵히 곁에 남아 있다. 종찬은 관객이 이 이야기 속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유일한 현실의 접점이다. 그의 평범함, 무력함, 그리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이 영화가 단지 고통의 이야기로 흐르지 않게 만든다.

후기

『밀양』은 보는 동안보다 보고 난 후 더 오래 남는 영화다.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지 않지만, 한 컷 한 컷,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신애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풀밭에 앉아 있는 장면은 모든 것이 무너진 이후에도 삶은 계속됨을 보여주는 메타포다. 그녀는 끝내 신을 버렸지만, 그것은 신을 부정했다기보다 신을 더 이상 의지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창동 감독은 도덕적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깊은 통증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방식으로 영화를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밀양』은 신에 대한 영화이면서, 가장 인간적인 영화가 된다.

결론

「밀양」은 용서, 신앙, 고통, 인간성이라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주제를 지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한 인물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신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보다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신이 아니라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임을 말한다. 『밀양』은 잔잔한 영화지만, 그 여운은 깊고 아프다. 그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할 수도 있는 상실과 마주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정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질문을 함께 품고 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은, 삶을 버티게 해주는 또 하나의 신앙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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